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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보지 못했지만...
‘육백마지기’, 해발 1,200m 높은 곳에 볍씨 육백 말을 뿌릴 만큼 너르다고 이름한 땅, 어제 몇몇 학교 청년들과 MT를 왔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향연을 보고자 했었지만, 계속 흐리고 비가 살짝 뿌린다는 기상예보인지라, 은하수 흐르는 별들의 장관은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육백마지기 너른 고원의 상쾌함과 청옥산(해발 1255m)에서 바라보는 풍경만큼은 보고자 했다.
그러나 출발하는 아침부터 보슬보슬 가을비가 내렸다. 평창 지역 오후엔 비 예보가 없어서 염려하지 않고 차 안에서 온갖 수다를 다 떨며 육백마지기까지 다 올라옴에도 얌전히 내리는 가을비는 멈추지 않았고 얼핏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 아래엔 안개인지 운해인지 위 아래로 자욱하게 내려 앉아 있었다.
오늘은 꽝인가, 시원한 바람으로 만족해야 하나, 다음에 다시 와야 하나 생각이 앞서며 청옥산 전망대 앞에 주차하고 우산을 챙겨서 내리자마자 놀랍게도 비가 멈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청옥산 아래를 덮었던 안개가 시나브로 밀려가더니 저 멀리 첩첩산중의 장관이 펼쳐졌다.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으며 지내니 이번에는 구름 사이로 빛내림 또한 펼쳐 주시는 게 아닌가?
나는 과묵하게 첩첩이 도열해 있는 산들의 위용, 그 풍광이 미치도록 좋다. 인생을, 역사를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묵직하게 내 심장에 파고든다.
우리가 뭐라고 이런 기가 막힌 연출을 해 주시고 장관을 펼쳐 주시다니, 주 하나님의 세심한 돌봄의 손길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별은 보지 못했지만, 평창까지의 편안한 드라이빙, 처음 온 펜션 ‘700빌리지’ 노년 부부의 친절한 배려와 여유로운 손님맞이,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즐기는 일정 무엇보다도 타이밍 기가 막히게 맞추어서 아래로는 안개 걷히는 장관을 펼쳐 주시고 위로는 구름 사이 빛내림을 연출해 주시는 주 하나님의 동행의 손길에 저절로 감격하며, 주님의 뜻을 따라 살고픈 사랑의 소원을 가득 담았다.
밤엔, 펜션 주인장의 배려로 오픈카(바닥에 이불 깔아놓은 1톤 트럭 ㅋ)를 타고 칠흑같은 산길을 드라이빙하여 발 아래 평창 마을 야경을 보는 즐거움도 누리고, 하모니카 연주를 해 준다고 하더니 막 쪄낸 옥수수를 내어주는 주인장의 아름다운 해학에 마음이 환해지고 그리고 사랑하는 청년들과 밤 늦은 시각까지 ‘나의 관심은 무엇인가, 나는 무슨 생각을 많이 하며 사나’ 소재로 수다를 떨고 기도했다.
새벽녘에 잠이 깨니 이 젊은 친구들 밤새 교제를 나누고 있다. 지금은 다 곯아떨어져 있고 동이 터 오는 평화로운 아침, 가만히 감사와 의뢰의 기도를 마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마음 글쓰기가 행복하다.
육백마지기 MT, 별은 보지 못했지만, 주님께서 동행해 주시고 기가 막힌 배려의 은총이 내 소소한 마음 하늘에 작은 별로써 수(繡)놓아졌다. (251004. 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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