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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근 2년 동안은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던 침례교 목회자 테니스대회에 나갔다. 한번 다녀오면 하루를 다 소비해야 해서 왠만하면 안 가려고 했었는데, 이번엔 서울대 P 교수가 내가 가면 함께 가겠다고 해서 망설였다가, 마침 월요일 온라인으로 성경공부하는 청년이 그날은 사정이 있어서 먼저 못한다고 하여서, 성령님이 ‘가서 놀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 P 교수와 함께 참여했다.
파트너 배정을 당일 아침에 무작위 추첨을 하는지라, 혹시나 같은 파트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약간의 가능성을 고려해서 P교수는 은배부, 나는 동배부에 신청을 했다.
정작 신청자 마감 후 참가자 명단을 보니, 매번 동배부 참여자가 적어서 은배부, 동배부 페어로 대회를 했었는데, 웬걸 이번에는 동배부에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은배부 따로, 동배부 따로 경기를 진행한다고 한다. 페어가 되지 않고 상대팀으로서라도 P 교수와 한 게임하려고 했었는데, 같이 칠 기회가 없어진 것이다. 역시 인생은 내 잔머리 굴리는 대로 되지 않는다. ㅎㅎ
함께 했던 P교수는 침착하고 노련했다. 발은 빨리 움직이지만 스트로크와 발리 등 절대로 무리해서 하지 않고 구석을 찌르는 발리가 일품이었다. 낯선 코트, 낯선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P 교수는 은배부 3위를 했다.
나는 동배부끼리 파트너 추첨을 하자, 예전 서울침례교회 대학부에서 가르쳤던 후배 선교사, 테니스는 초보인 K와 한 조가 되었다. 친한 후배와 한 조가 되니 마음은 가볍고 편했다. 자기는 완전 초보라고 하였지만 K는 운동 신경이 좋았고 생각보다 잘 쳤다.
이번 대회에서는 별 긴장감도 없었다. 그래서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즐기며 쳐보자고 평소 하던대로, 거의 스트레스 풀기라고 하듯 쎄게쎄게 쳐댔다. 첫 게임, 첫 포인트에서 엔드라인에서 친 스매쉬, 일부러 힘을 잔뜩 쥐서 쳤는데 이게 잘 들어가자, 상대편 목사님들이 좀 기죽은 모습이 보여서 약간 미안했지만 많이 즐거웠다. ㅋㅋ
하지만 동호회 대회에서 이기려면 쎄게쎄게 치면 안 되고 침착하게 수비 위주로 해야 하는데, 그냥 신나게 마구 휘둘러댔더니,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들이 나와서 다 이겨놓은 게임도 지고 결국 8강전에서 결정적인 내 스매쉬 실수로 탈락해 버렸다.
역시 테니스도 목회도 ‘사람은 절제할 줄 알아야지, 승질대로 살면 안되는구나’ 다시 확인했지만, 오기쟁이 근성인지 그래도 테니스만큼은 앞으로도 호탕하게(?) 쳐야겠다는 생각이 더 파고들었다. “주님, 운동만큼은 그냥 승질대로 즐기며 해도 괜찮지요?” 대답 없는 주님께 스스로 합리화하고자 한 마디 올려보냈다. 테니스는 내 삶이 일종의 해방구 같다. ㅎ
올라오면서 P교수가 받은 상금으로 맛있는 수원왕갈비를 사주었다. 즐겁게 노느라고 피곤한 하루여서 그런지 유달리 더 맛있었다. 서울에 올라오며 하루를 복기하니 아직은 신나게 뛰어다니며 놀 수 있음에 감사했고, 함께 어울려 웃으며 운동하는 목회자들이 고마웠고 무엇보다도 대전까지 함께 오가며 P 교수와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나누는 교제의 즐거움을 누려서 감사했다. (250918. 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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