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아내가 하늘나라에 간 날이다. 벌써 2주년이다. 이번엔 아침에 아내의 묘소, 가족묘지에서 추모예배를 드리고 바로 속초에 가서 1박 2일 가족 휴가를 갖기로 했다.
올핸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는데, 그래도 추모예배에 꼭 함께 하고 싶다고 했던 S 자매, 안타깝게도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서 결국 함께 하지 못하자, 자신이 꼭 점심을 사고 싶다고 하며 점심 식사 비용을 보내왔다.
그리고 아내의 기일 전날 밤, 아무런 예고도 없이 O 형제와 W 자매 부부가 집에 찾아와 정성스런 선물을 주고 갔다. S 자매도, OW 부부도 아내 생전에 참 많이 사랑해 준 사람들인데, 여전히 사랑하는 모습이 감동 그 이상이다.
추모예배에는 형님 부부가 함께 해 주었다. 30분 추모에 함께 하고자 먼 길, 두세 시간을 달려와 준 마음이 감사하다.
그리고 속초로 향하는 길에서 몇몇 사람들이 아내의 기일임을 알고 딸들에게 전화를 주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엄마 기일을 다 기억하는거야? 폰에다 저장해 놓았나?” 딸들은 흠칫 놀라워한다.
세월이 흘러도 기억해 주는 사랑의 사람들 모습 속에서, ‘살며 사랑하며’ 이게 인생임을, 늦여름 녹음 짙어진 산등성이 마냥 지그시 내려앉는다.
숙박비는 둘째가, 밥값은 첫째가 아빠는 운전하고 까페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커서 휴가 일정, 계획 다 짜주어서 참 좋다. 아무 생각없이 믿고 따르는 게 참 편하기도 하다. 게으른 내 심성이기도 하다.
내게 성경, 제자도를 배우는 청년들은 한 번씩 울산바위 데리고 올라가는 게 내 사역 단골 메뉴 중의 하나인데, 정작 내 딸들은 한 번도 데리고 가지 못했다. 내심 이번에 아이들을 데리고 울산바위에 올라가면 좋겠다 싶어서, 며칠 전에 툭 던져 놓았었다. 그리고 일부러 닦달하지 않았는데, 속초로 향하는 차 안에서 딸들이 먼저, “내일은 울산바위 다녀올까?. 아빠 소원 같으니까.. ”, “그래~” 쉽게 이야기한다.
“여름이라 울산바위 다녀오려면 이른 새벽에 가야 하는데, 괜찮겠어?” 짐짓 태연한 척 물어보았다. “몇 시에 가야 해?” “늦어도 6시에는 출발해야 다녀와서 체크아웃 전에 호텔에서 샤워할 수 있을거야”, “그래, 가자~” 아이들이 너무 쉽게 수락해서 놀랬다.
속초에 도착하여 먼저 아이들이 검색해서 찾은 바닷가 ‘까페 청호동’에 들렸다. 작지만 깔끔하고 바다를 조망하기 딱 좋게 배치한 좌석들, 착한 커피 가격 더하여서 친절하기까지 참 괜찮은 까페였다. 파도 소리 가까이서 듣고자 파라솔을 대여하자, 야외용 의자까지 내어 주었다.
하나님은 언제나 바다로 말씀해 주신다. 끊임없이 반복해도 한 개도 싫지 않은 파도 소리, 주욱 펼쳐진 수평선.. 바다 앞에 서면 내 존재가 보이고 사랑의 하나님이 느껴진다.
해 질 무렵엔 시장에 갔다. 왠 시장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관광객 모두가 다 시장에 모인 것같다. 사람들 틈에 끼어 다니며 이것저것 먹고 싶은 속초 명물 먹거리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숙소에 와서 저녁식사를 했다.
밤에 숙소 앞 바닷가에 나갔더니, 해변가에 조명탑을 환하게 켜 놓아서 캄캄한 밤 하늘, 녹색 바닷물 위로 부서지는 하얀 파도가 선명히 보여서 꽤 운치가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배려해 주는 서비스가 매우 발달했음에 감사했다.
바닷가, 시장.. 많이 걸은 탓에 밤에 “아빠, 울산바위 안 가면 안 돼? 내일 늦잠 자고 싶다” , “그래, 여름 등산은 쉽지 않으니까 무리하지 말자. 울산바위는 가을에 가도록 하자” 지체 없이 대답해 주었다. 그래야 다음에 진짜로 갈 수 있을 테니까. ㅎ
자고 일어나서 새벽엔 바닷가 산책, 아침 먹고 오전엔 바다에 빠져서 파도 맞이 물놀이.. 이번 휴가는 온통 바다에 푹 빠졌다.
중간중간마다 엄마가 있었으면 이랬을텐데... 흉내내며 깔깔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주 예수님께서 내려 주신 영생의 소망이 얼마나 소중하고 우리를 평온하게 하는 것인지 그리고 바다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사랑하며 사는 게 아름다운 인생임을 심령에 다시 적시는 휴가, 많이 감사하다. (250830. 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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