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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아가시(Jean Louis Rodolphe Agassiz), 19세기의 유명한 동물학자, 지질학자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교수 재직 중 그의 명성이 자자해서, 학생들은 그의 연구실에 들어가서 그의 지도를 받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겼었다.
하버드 대학 생물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이 대학원에 진학하여 그의 연구실에 배정을 받자, 그는 훌륭한 교수님의 지도를 받는다는 생각에 뛸 뜻이 기뻤다.
과연 아가시 교수님이 자신에게 어떤 연구를 하라고 하실지 큰 기대감을 안고 연구실에 첫 출근을 한 날, 뜻밖에도 아가시 교수는 그 대학원생에게 하루 종일 어항 속에 있는 물고기 한 마리를 관찰하라는 것이었다.
“이게 뭐야? 해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관찰만 하는 데 하루 종일 하라고?” 의아함이 불쑥 올라왔지만, 첫날부터 고명한 교수님의 지시에 토를 달 수는 없었다.
책상 위에 물고기 한 마리가 들어있는 어항을 놓고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1시간 정도 지나니 더 할 게 없었다. 대신 부정적 감정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며 온갖 상념들만 찾아왔다.
오전 시간을 거의 다 보낼 무렵, 이 대학원생에게 “저 물고기를 그려보면 어떨까?” 번뜩 떠올랐다. 그러자 눈으로 보기만 했을 땐, 아무리 뚫어지게 쳐다봤어도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많았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꼼꼼한 관찰이 학자로서의 우선적인 태도임을 배운 것이다.
비슷한 예로, 우리가 재미있게 보는 만화, 별 모양 없는 것 같아도 그 한 컷이라도 따라서 그려보려고 하면 그냥 스치고 지나갔던 게 참 많았음을 발견한다.
사람, 일, 사건, 뉴스 그리고 성경 텍스트에 대하여서도 해석, 판단 이전에 꼼꼼한 관찰이 중요하다. “사연을 듣기 전에 대답하는 자는 미련하여 욕을 당하느니라”<잠18:13>. 가르쳐 주듯이, 사실에 대한 확인 없이 미장원 통신, ‘카더라’ 통신, 유튜브 통신에 따라 섣부른 동조, 조급한 판단은 어리석은 사람의 대표적인 예이다.
목회를 해 오면서 보아온 제일 안타까운 것 중의 하나가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신앙 및 신앙생활에 대하여 기본적인 사실 확인을 너무 많이 간과한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이 ‘눈치와 통밥’으로 교회 생활을 익혀 간다. 이게 뭔지, 이걸 왜 해야 하는 지 등 신앙의 실제에 대하여 묻지도 않고, 사실 성경 말씀이 명확히 가르쳐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는 무엇보다도 목사들, 교회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사람들에게 복음을 잘 알려주고 제대로 가르쳐 주려고도 하지 않고, 좋은 감정, 관계의 줄로 엮어서 자기네 교인 삼으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새처럼 정보와 평론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시대에서는 사실을 확인하는 관찰이 더욱 중요하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 하지도 못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자기 의견이나 해석을 사실인 양 주장하는 사람들도 참 많기 때문이다. 최소한 사건과 견해,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는 태도는 지녀야 하고 교인들에게,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미련해서 낭패를 당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 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순례자가 천국을 향한 순례의 길을 가던 중, 느닷없이 사자 2마리가 튀어나와 길옆에서 으르렁거리자, 깜짝 놀란 순례자는 발이 얼어붙었다. 잡아먹힐 것같은 두려움에 한 발자욱도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새가슴이 되어서 어쩔 줄 모르는 순례자에게 마침내 천사가 나타나서 지혜의 팁을 건네주었다, “자세히 보십시오, 그 사자는 쇠줄에 묶여 있어서 길 위로는 절대로 올라올 수 없지 않습니까? 단지 길옆에서 울부짖을 뿐입니다.”
꼼꼼한 관찰은 어리석은 자의 길에서 구원해 줄 뿐만 아니라 막연한 두려움에서 해방시켜 주기도 한다.
뉴스, 전해지는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목사들의 설교도 무턱대고 ‘아멘’ 하지 말고, <행17:11>의 베뢰아 사람들처럼, 이것이 정말 맞는 말인가 확인하는 깐깐한 태도를 갖고 되새김해야 진정으로 고상한 신앙인이 된다.
꼼꼼한 관찰, 진리가 자유롭게 함을 알고 누리게 하는 첫 시작이다. (250613. 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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